블랙 락 슈터: 더 게임 현실도피



BLACK★ROCK SHOOTER: THE GAME (2013 PSP)


스크린샷은 웹에서.

인류멸망까지 앞으로 12명, 이라는 제법 비장한 스토리로 시작하는 에일리언 아포칼립스 RPG...? 심볼 인카운터제에 리얼타임 전투를 채택한 특이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리얼타임으로 공격/회피/방어를 선택해야 하는데, 적들이 제법 강하기 때문에 이 타이밍이 중요하다.ATP 대신 오버히트 게이지가 있어 공격을 하거나 회피를 하거나 하면 차고, 몇 초간 움직이지 않으면 줄어든다. 이 오버히트 게이지가 맥스가 되면 BRS가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어 공격이나 스킬의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맞으면서 아이템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것 뿐. 다행히도 적들은 패턴을 따르기 때문에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노데미지로 쓰러트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다소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미션이 시작되면 맵상에서 BRS를 조작하며 심볼 인카운터로 전투가 벌어지는데, 기본적으로 일직선인데다 갈 수 없는 지역엔 노골적인 장애물이 있고, 거대한 화살표로 다음 씬으로 진행할 방향을 알려준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유로운 탐사의 요소가 없다는 점이 단점일지도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벽 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솔직한 게 백번 낫다. 스테이지 3 이후로는 다소 헤멜 수도 있지만, 미니맵에 진행방향 힌트가 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다만 스테이지 4-4는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제한이 걸려 있는데, 이 시간제한이 제법 빡세다 보니 한 번이라도 길을 잘못 들으면 미션 실패하기 쉽다.

레벨링이 가능한 만큼 노가다로 밀어붙이는 것도 일단은 가능하다. 과거 미션으로 돌아가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좀 더 수집한 다음에 도중에 중단해도 추가로 얻은 레벨과 아이템이 유지된다. 다만 아이템을 무한정 스톡할 수는 없는 게, 종류별로 5개 이상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주의. 인터미션 화면에서 기존에 클리어한 미션에 들어가 상대적으로 약한 적을 잡으며 아이템 드랍을 모은 뒤 도중에 중지하고 인터미션으로 돌아오면 습득한 아이템이 그대로 유지된다. 난 위 문단에서 언급한 4-4에서 몇 번이고 길을 잘못들어 실패하다가(...) 권장레벨을 한참 넘어버렸는데, 그래도 보스급 적에는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전투중에 BRS는 화면 한쪽 끝에서 좌/우로 움직일 뿐이고, 그것도 직접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회피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BRS의 공격은 원거리인 만큼 방향키/아날로그 스틱으로는 타게팅을 해야 하고, L/R은 각각 아이템, 스킬에 매핑되어 있으니 직접 움직이면서 컨트롤할 버튼이 없어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이 공격-회피-공격-회피의 리듬을 타서 보스급 적들을 노미스로 잡기 시작하면 성취감이 느껴진다. 이게 2013년 게임인데, PSP가 아니라 비타로 나와서 양쪽의 아날로그 스틱을 전부 사용한 TPS가 되었...다면 내가 플레이할 수 없겠지.

일각에서는 쿠소게라는 말까지 나왔고, gamefaqs에 검색하면 나오는 리뷰들도 의견이 많이 갈리긴 하는데, 시스템이 특이해서 그렇지 결코 못 만든 게임은 아니라 익숙해지면 제법 즐겁다. 게임을 한참 진행하고 레벨이 올라간 상태에서 1스테이지 보스인 MEFE를 프리헌팅 모드에서 잡는 건 간단하지만, 단순히 잡는 게 아니라 MEFE의 패턴을 읽고 농락하기 시작하면 그건 다른 의미에서의 야리코미적인 즐거움을 준다. 엑스트라 미션 중에서는 노데미지로 특정 스테이지를 돌파해야 하는 레코드(언락커블)도 있고.




게임의 볼륨은 작다. 유저에 따라서는 주말 이틀 끼고 깨버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1회차를 클리어하고 나면 타이틀 화면이 회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고, 미션 셀렉트 스크린에서 기존에 클리어한 일부 미션의 내용이 변경되며, 엑스트라 미션이 추가된다. 이렇게 변경된 미션들을 클리어하면 "베터 엔딩"을 볼 수 있는데, 게임을 처음부터 전부 새로 할 필요 없이 차분만 플레이하면 2번째 엔딩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처음부터 다 새로 할 필요 없이 시간낭비를 줄여준다는 점에선 고맙긴 한데, 루트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약간의 추가 대사와 컷신이 추가된 차분 정도의 수준이라 아무래도 아쉽다. 엑스트라 미션들은 클리어후 플레이가 전제되는 만큼 등장하는 적들이 더 강해지긴 하는데, 내용상 타 게임이라면 서브퀘스트로 들어갔을 만한 것들, 혹은 여담적인 내용들.

스테이지 2에는 바이크가 등장한다. 장애물로 나오는 적들을 피하면서 일정 시간을 강제로 플레이하게 되는데, 글레이즈로 회피하거나 전방으로 총을 쏘는 걸로 적을 제거할 수 있지만 그런다고 경험치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사족같은 느낌이다. 이 바이크 스테이지를 빼버리고 차라리 본편의 볼륨을 좀 더 확충했다면 어땠을까. 베타 엔딩도 마이너 체인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걸 갖고 멀티엔딩이라 부르기는 민망한 수준이고. 글쎄, PSS 루트/나나 루트/에일리언 루트 뭐 이런 식으로 2~3개 정도는 깔 수 있지 않았을까. 슈터와 RPG를 결합한 시도 자체는 좋은데, 양쪽을 제대로 디벨롭하기에는 볼륨이 너무 적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번 드는 의문점. 왜 13년에 비타가 아니라 PSP로 낸 거지?

배경설정이 좀 미묘하다. BRS를 깨우는 "동료"들은 시작 시점에서 12명, 계속해서 줄어나간다. 그런데 전부 인남캐들. 아니, 정말로 그 12명이 인류 최후의 생존자라면 그 시점에서 이미 인류 멸망한 거 아냐? BRS랑 번식할 생각이야? (그건 무슨 에로게) 에일리언들은 인류를 '스톡'(가축)이라 부르는데, 본편 중에 이들은 인간이나 DB의 정보를 흡수하는 걸로 유지된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인류를 전멸시킬 게 아니라 남겨두고 가축으로 길러야 되지 않나? 인류멸망, 이라는 꿈도 희망도 없는 시나리오 자체는 좋은데, 그 뒤에 깔린 배경설정 면에서 다소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추가로 약간 네타바레를 하자면, 작중에 이미 멸종한 걸로 언급되는 북극곰이 엔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전에 채취해 둔 북극곰의 데이터로 클로닝 기술로 BRS가 부활시킨 것 같은데,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인류도 부활시키면 되지 않을까. BRS가 그렇게 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BRS의 기억상실이라는, 게임 시나리오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 중 하나를 충분히 회수했고, 왜 BRS나 나나가 치매기억상실증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해답을 주진 않았지만 힌트로 뿌려지는 떡밥을 모아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보이게 된다. 그 외에 BRS가 왜 만들어졌는지, 외계인들의 리더인 '총독'의 동기는 무엇인지 등 주요 시나리오 포인트들은 전부 해결했다. 마무리가 깔끔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합격점.

사소한 불만점 하나. 스토리 컷씬이 길어질 때 아마도 로딩 때문인지 컷씬을 분할해 3~4번에 걸쳐 로딩하게 만들었는데, 보스 직전에 세이브하고 컷씬을 전부 본 뒤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로드하면 이걸 다시 처음부터 반복해야 한다. 스킵이 가능하지만 몰아서 스킵하는 게 아니라 따로따로 로딩하고 스킵해야 하는 점이 다소 귀찮다.

칸코레를 안 하니까 츠미게가 빠르게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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