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피아 연속살인사건 현실도피


ポートピア連続殺人事件 (1983 PC6001, 1985 FC)

고베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게임. 패미컴 최초의 어드벤쳐 게임이기도 하다. 드래곤 퀘스트의 디렉터인 호리이 유지가 만든 게임으로도 유명하지만, 이 게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범인은 야스.

아마 일본 게임계에서 가장 유명한 네타바레가 아닐까 싶다. 추리게임 범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도 아마 이놈일 것이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범인은 야스'라는 말 정도는 어지간하면 다들 들어봤을 테니까. 가끔 니코동 같은 데서 보면 전혀 무관계한 작품에도 '범인은 야스'라는 코멘트가 무슨 디씨의 꾸준글처럼 붙기도 하고 말이지. 그런데 그렇게 범인을 이미 알고 있다면 이 게임을 굳이 플레이할 이유가 없지 않나? 아니, 그렇다고 그건 아니지. 범인이 누군지 아는거랑, 그 증거를 모아서 범인을 몰아넣는 건 전혀 별개의 이야기니까. 반전의 충격은 당연히 한결 덜하겠지만 그렇다고 게임플레이 자체가 재미없어지진 않는다.

구성은 장소를 이동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힌트를 수집해 가며 사건의 진상에 다다르는 어드벤쳐 구성. 플레이어가 직접 추리를 해야 할 필요성도 많다. 피해자인 코조의 비서인 후미에에게 처음 콘조에 대해 물어보면 같이 일을 했을 뿐 사생활에 대해서는 모른다고밖에 말하지 않는다. 이후에 콘조가 카와무라라는 사람에게 돈을 부쳤다는 정보를 다른 경로를 통해 알게 된 뒤, 어쩌면 비서인 후미에가 좀 더 자세히 알고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물어보면 대사가 바뀌며 거기에 대한 추가 힌트를 얻게 되는 식으로 전개된다.

다만 한 가지 짜증나는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사 메뉴에서 돋보기를 선택해 화면상의 특정 지점을 조사하게 시킬 수 있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예 발견할 수 없는 증거품들이 존재한다. 조사 메뉴에서 "돋보기/창문/현관/건물"이라는 메뉴가 나온다고 할 때, 창문/현관/건물을 한 번씩 선택해 보는 것만으로는 증거품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것. ...사실 돋보기 메뉴가 있는 시점에서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이걸 몰라서 한참 헤멨다. 아이템 발견 지점의 판정도 꽤 시비어한 편이라. 게다가 이것들에 대해서는 기본 노힌트. 이 증거품들의 위치에 한정해서 공략을 참조했다. 다음과 같다.

저택 입구 문 아래쪽 조사: 반지
코조가 살해된 방 서랍장: 코조의 사진
코조가 살해된 방 채장: 열쇠
살해현장 옆방 탁자 밑: 라이터
살해현장 옆방 액자 뒤: 버튼
토시유키의 방 책상 위: 메모
아미다바, 히라타의 발밑: 쪽지

...특히 반지는 그런 장소에 뭔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완전 노힌트로 공략한다면 이거 이잡듯 뒤지다가 플레이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질 것 같은 느낌. 세이브 기능도 없는 주제에 너무한 거 아냐? 하지만 그 외에는 메모지를 지참하고 커맨드를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으로 직접 풀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분량 자체가 엄청나게 방대한 건 아닌 만큼, 듣기로는 이 게임을 완전히 파악한 상태에서는 10분이면 엔딩까지 간다고도 한다. 적어도 일단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클리어에 실패한 뒤에 다시 돌아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해도 거기까지 다시 도달하기는 어렵지 않음 셈. 세이브가 없는 건 당시 기술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눈감아주자. 이 뻘짓에 들어간 시간을 제외하고 공략에 걸린 실제 시간은 약 3시간 반.

그 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기괴한 특징은 1인칭 던전탐사. 아니 아무래도 이건 정말 놀랐다. 아니, 잠깐, 이게 뭐야. 이거 텍스트 어드벤쳐 아니었어? 다행히도 몬스터 같은 건 당연히 없지만 미니맵 기능이 없으니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굳이 매핑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미로의 기본은 한쪽 벽면을 따라서 전진하는 것. 금고를 찾기 위해 처음에 한 번, 나중에 추가 힌트를 얻은 뒤 다시 한 번 오게 되는데, 금고쪽은 벽을 따라 진행하면 문제되지 않고, 추가힌트를 얻을 때는 아예 좌표를 불러주기 때문에 메모한 뒤 지정된 순서대로 이동하면 된다. 도중에 벽에 "몬스터 서프라이즈드 유"라고 써 있는 메모를 발견했을 때는 지하철 내에서 폭소해 버렸다. 아니, 이봐... 호리이씨, 위저드리 네타 끌고오지 말아 줘요. 이런데 덕심 발휘하지 마.

막혔다 싶으면 내부 힌트를 제공한다. 이건 리뷰 작성을 위해 검색을 하다가 클리어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전화를 건다 커맨드에서 번호를 000000000..으로 입력하면 힌트를 준다. 누가 범인인 것 같아! 라고 하는데, 그 캐릭터를 용의선상에서 제하라는 이야기. 전혀 별도의 이유로 체포되는 놈도 있고, 기껏 발견했더니 죽어있는 놈도 있다. 그러다 보면 이미 알리바이가 있는 자들과 수사 과정에서 용의선상에서 제해진 놈들을 하나하나 소거하다 보면 된다. 그 과정에서 커맨드를 다소 창의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취조중에 때린다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최소한 2번 존재하고, 용의자들의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잊지 말자.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는 선택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그 통행인에게 증거물을 보여주는 것으로 힌트를 얻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 커맨드를 있는대로 실험해본다는 어드벤쳐 게임의 기본을 잊지 않으면 된다.

용의자를 구타하는 경찰, 취조실에서 담배를 꼬나문 용의자, 수사를 위해서라지만 스트립바에 출입하는 경찰, 마약, 자살, 살인. 닌텐도, 온가족의 게임기 패미컴에 이런 게임을 내도 되는거야? 이게 수출되지 않은 것도 어찌 생각하면 참 당연하다.

어쩌다 범인은 야스라는 게 밈이 되어버려 퍼져나가지만 않았더다면 확장해서 리메이크했어도 좋았을 작품이다. 사실 마지막에 야스를 범인으로 특정하기까지의 힌트는 애매하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정말 기적적으로 네타바레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히 이 게임을 잡고 플레이한다면 엔딩 코앞에서 막힐 지도 모르겠다. 플레이버 텍스트를 좀 더 늘리고,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조금만 더 부각시켜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특히 토시유키와 유키코가 어떻게 알게 되고 무슨 관계인지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그렇지만 발매년도를 생각하면 패미컴에서 이 이상 스토리와 연출이 훌륭한 게임은 이 시점에서 없었다.


노스탈지아 없이 이 게임을 요즘 한다면? 이 글을 읽었으면 범인이 누군지는 알겠지만 역전재판 하는 기분으로 범인을 몰아넣어가는 식의 단발적 플레이로는 괜찮다. 위에 적어놓은 아이템의 위치 정도만 기억하면 OK. 비슷한 장르의 추리 어드벤쳐 게임은 요새 워낙 많으니 굳이 이걸 권할 이유는 없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면 지금도 할 만 하다. 영문패치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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