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라이드 스페셜 현실도피



ハイドライド・スペシャル (1984 PC6001/1986 FC) / Hydlide

이 게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마 둘 중 하나일 것이다. 80년대에 이미 이 게임을 접했거나, 아니면 AVGN의 리뷰로 들어보았거나. 난 후자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니코동에 올라온 AVGN의 하이드라이드편은 코멘트가 개판이다. 명작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쿠소게는 쿠소게라고 하는 놈들도 많고 말이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잖아. 일단 패미컴 설명서를 옮겨보자.

임금님이 살고 있는 궁전과, 광대한 녹색의 땅 페어리랜드는 궁전에 받들어진 3개의 보석에 의해 왕국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인간과 요정들은 서로 더와가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못된 인간의 손에 보석 중 하나가 도둑맞게 되었습니다. 보석의 수가 모자라게 되자 빛을 잃어버리게 되어, 결국 보석에 의해 봉인되어 있던 최강의 악마 바랄리스가 눈을 뜨게 되고 말았습니다. 페어리랜드의 평화는 흐트러지고, 남은 보석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악마 바랄리스는 왕국의 딸, 안 왕녀마저 마력으로 3명의 요정으로 분리해 페어리랜드의 어딘가에 숨겨버렸습니다. 거기에 악마 바랄리스는 국내에 괴물들을 풀어놓아 페어리랜드를 지배하려 했습니다. 이 악마 바랄리스의 악업에 대항해, 평화로운 페어리랜드를 되찾기 위해 한 명의 젊은이가 일어섰습니다. 그의 이름은 짐. 짐은 검과 갑옷을 몸에 걸치고, 괴물들이 우글대는 황야에 과감히 도전하러 간 것입니다...

북미 유저들에게는 비교대상이 젤다인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굳이 다른 게임과 비교한다면 팔콤의 드래곤 슬레이어이스 같은 게임과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 특히 거의 동시에 발매된 드래곤 슬레이어와 비교하는 게 공평하겠지. (드래곤 슬레이어는 내 인내심으로는 도저히 끝까지 갈 수 없었다. 아마 포스팅할 일도 없을 것 같다.)

컨트롤은 익숙해지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린다. A버튼을 누르면 공격 모드가 되고, 손을 뗀 상태에서는 방어 모드가 되는데 방어 모드에서도 전투를 진행하고 적에게 데미지를 줄 수는 있지만 위력이 떨어진다. 이 게임 최강 클래스의 적들인(...) 나무바위를 공격 모드에서 들이대면 바로 죽지만, 방어 모드에서는 약간 버틸 수 있는 식이다. 마법의 사용을 위해서는 B를 눌러 선택을 한 뒤 A+B를 동시에 누르면 발동된다.

그리고 전투를 벌이기 위해서는 적에게 몸통박치기로 들이받게 되는데, 이 몸통박치기 방식을 사용한 게임은 사실 80년대 중반 게임중엔 흔한 방식이었다. 드루아가의 탑에 칼을 뽑는 모션이 있긴 하지만 게임 메카닉적으로는 들이받는 게임인 건 마찬가지고. 하지만 적과 마주치면 스탯을 비교해서 자동으로 데미지를 주고받는 드래곤 슬레이어에 비해 하이드라이드 쪽이 좀 더 전략적이다. 같은 적이라도 측면이나 뒤를 노리고 들이받으면 이쪽이 큰 데미지를 받지 않고 쓰러트릴 수 있는 반면, 정면에서 들이받으면 이쪽도 피해를 받는다. 즉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기하면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된다. 그런데 이 체력의 회복량은 어떤 타일 위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타일에 따라 초원처럼 회복속도가 빠른 곳이 있는 반면, 아예 회복이 발생하지 않는 타일도 있다. 메뉴의 SPEED 옵션에서 속도를 빠르게로 설정하면 음악을 제외한 모든 게임 요소가 빨라지게 되며 회복을 위한 대기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맵 곳곳에 안전지역들이 있고, 타일의 종류에 따라 특정 몹이 접근하지 않는 만큼 전략적으로 사용하면 진행이 쉬워진다. 대기중에 빠르게, 공략중에 보통 속도로 맞추면 된다.

마법은 별 의미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중요하다. 이벤트 진행을 위해 필요한 FIRE, WAVE는 사실 일회성에 가깝지만, TURN은 굉장히 중요한 마법이다. TURN을 사용하면 적들의 이동방향이 달라지는데, 어느 방향에서 때리는지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하이드라이드에서 TURN은 사용에 따라 가장 중요한 마법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좌우로 도망칠 공간이 없는 던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화면 내 적들에게 전체공격을 가하는 FLASH 역시 중요. 특히 최종보스인 바랄리스전에서 자코를 정리하는 데 필수적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런저런 아이템들을 입수하게 되고, 그 아이템의 입수에 따라 쓰러트릴 수 없던 적을 쓰러트리게 된다거나, 진행할 수 없던 지역에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게 결국 이잡듯 뒤지면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플레이가 되는데, 다행히도 월드는 넓지 않다. 젤다의 전설처럼 월드가 쓸데없이 넓은 주제에 이잡듯 뒤져보라는 건 미안하지만 사양이다. 맵을 탐사하고 적들과 싸우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아이템을 얻는 건 어렵지 않다.

3종류의 보석을 모으지 않으면 최종보스 바랄리스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JEWEL은 KEY를 입수한 뒤 좀비가 있는 곳의 보물상자를 열면 등장하니 찾기 어렵지 않을 것이고, RING은 골드아머, 레이디아머가 등장하는 지하통로에서 골드아머만을 연속으로 쓰러트리다 보면 상자가 등장한다. 난 레벨 노가다중 우연히 얻었다. 레이디아머만을 연속으로 쓰러트리면 SHIELD를 얻을 수 있다. RUBY는 한참 뒤에 등장한다.


다소 난해한 부분이 요정.

첫 번째 요정은 게임 시작지점 바로 아래 화면의 나무들 어딘가에 숨어있다.
두 번째 요정은 사막 동쪽에 움직이는 나무 4개가 있는 화면에서 나무 4개 중 하나에 숨겨져 있다.
세 번째 요정은 파이어볼을 쓰는 마법사 둘을 WAVE 마법으로 횡방향에서 동시에 날리면 등장한다.

...이 세 번째 조건이 알기 어려운 건 이해한다. 이건 백번 까여도 할 말이 없는 수준. 다만 외부정보를 필요로 하는 게임은 나도 싫어하지만, 80년대 게임에 대해서는 봐줄 수 있다. 그리고 이 세번째 요정을 구하는 부분은 물로 내려가서 충분히 거리를 두고 쏘면 전혀 어렵지 않다. 스크린샷 참조. 이걸 좁은 땅 위에서 하려고 하면 뻘짓이 된다.

마지막에 바랄리스를 쓰러트리러 가는 단계는 약간 복잡하다. 일단 요정 셋을 전부 구출한 뒤에:

1. 성 앞에 있는 나무를 FIRE 마법으로 불태우면 비밀통로가 열린다. (젤다가 이걸 따라한 게 아닐까.) 드래곤을 무시하고 피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2. 미로를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석을 발견할 수 있다. 비석에 다가가 파괴하면 맵상의 수로에서 물이 빠진다. 수로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지막 아이템인 루비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미입수 아이템이 남아있으면 필드로 돌아가 회수할 수 있다.

3. 드래곤을 상대할 때는 A버튼을 누르지 말고 방어모드로 싸운다. 드래곤의 행동패턴은 좌우로 왕복할 뿐이기 때문에 약간 데미지를 입히고 내려오면 된다. 드래곤을 쓰러트리면 부활약을 손에 넣는다. 이제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랄리스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드래곤전은 바랄리스에 대한 예행연습이다.

바랄리스 역시 방어모드로 싸우는 것이 기본이다. 바랄리스가 있는 곳까지 데미지를 입지 않고 들어간 뒤, 방어모드에서 몇 번인가 데미지를 긁은 뒤 도망쳐 나오는 게 기본. 아예 던전에서 도망쳐 밖으로 나와도 바랄리스에게 입힌 데미지는 유지되기 때문에 잊지 말고 꾸준히 세이브를 해 주자. 절반 정도 데미지를 깠다 싶으면 이제 부활약을 쓸 차례다.

짐은 RPG 업계에서 일하는 용사들 중에서도 최약체 중 하나일 것이다. (스토리를 봐도, 그는 대단한 혈통도 없고 예언된 영웅도 아니다.) 아무리 레벨을 높혀도, 최종던전의 적들은 물론이고 경험치를 안 줄 정도로 약한 적들에게도 치명타를 입거나, 약간의 컨트롤 미스만으로도 뒤통수를 맞고 쓰러지는 부실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짐이 용사다운 모습을 보이는 마지막 순간이 온다. 어느 정도 바랄리스의 HP를 깐 뒤, 회복하고 돌아와 다시 진격하자. 방어모드로 약간의 데미지를 추가로 입힌 뒤, 공격모드로 전환해 바랄리스에게 돌진하자. 짐은 죽겠지만, 그 과정에서 바랄리스의 HP를 절반 가까이 까버릴 수 있고, 부활약으로 부활한 뒤 사경을 헤메는 바랄리스를 다시 방어모드에서 끝장내자.



하이드라이드는 과연 쿠소게일까. 몇몇 숨겨진 요소를 알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드루아가...까지 갈 것 없이 젤다의 전설이나 다른 그 시대 게임들과 비교해 봐도 그렇게까지 악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처음 해 보면 전투가 무슨 운빨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죽는다면 그건 포지셔닝을 잘못했거나, 방어모드로 싸워야 할 상대에 공격모드로 개돌했거나 뭔가 조작실수를 했거나 등 대체로 이유가 있어서다. 보기와 달리 전략성도 강하고, 최후반으로 가면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지긴 하지만 끝판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닐까. 세 번째 요정을 구출하는 조건과 비밀통로를 여는 부분을 제외하면 퍼즐 요소도 어려울 게 없다. 역사적인 가치같은 걸 굳이 들먹이며 변호하지 않더라도 쿠소게는 아니다.

그 외에 굳이 불만점을 꼽자면 2가지. 음악레벨 노가다. 15초짜리 트랙이 무한루프되는 건 아무래도 듣기 지친다. 레벨 노가다에 대해서는 좀 미묘한 게, 짧은 게임의 볼륨을 레벨 노가다 시간으로 메운 건 지금 생각하면 안일해 보이지만, 따져보면 드래곤 퀘스트는 안 그랬나? 하이드라이드의 전투 시스템이 까딱하면 죽게끔 아슬아슬하게 맞춰진 건 어쩌면 이 레벨 노가다를 덜 지루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는데.. 일단 레벨 노가다의 필요량을 좀 줄이고, 적을 쓰러트릴 때 비주얼/사운드 이펙트가 좀 들어갔다면 훨씬 쾌적한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그나마 굳이 닥치고 만랩을 찍을 필요는 없다. (스크린샷을 보면 알겠지만 만랩에서 2레벨 떨어지는 상태에서 바랄리스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노스탈지아 없이 이 게임을 요즘 한다면?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10시간 정도의 짧은 액션RPG로 생각하고 플레이하면 할 만 하고, 수십시간씩 시간을 투자할 걸 요구하는 장편 게임에 딱히 손이 가지 않을 때 플레이하기에 적당한 수준이다. 초대 드래곤퀘스트처럼 RPG가 하고 싶은데 40, 50시간 대서사시를 시작할 기분이 들지 않을 때 가볍게 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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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들이 나중에는 초특급 에이전트이자 반란군의 주력이 되지만. 처음부터 태생이 특이하거나, 무슨 예언된 용사이거나, 적어도 무슨 훈련이라도 받았거나 한 것도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무기를 들고 일어섰다는 이 컨셉은 오히려 FF1이 아니라 이 게임을 먼저 북미에 내놓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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