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D: Dream Emulator 현실도피



LSD: Dream Emulator (1998 PS)

LSD. 명작도 많았지만 괴작도 많았던 PS1 시대, 그 중에서도 시대를 풍미한 괴작을 꼽는다면 아마 반드시 그 안에 꼽힐 만한 게임이다. 99%의 게임이 단순히 걸어다니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워킹 시뮬레이터'로서도, 이후 유메닛키 및 파생작들의 정신적 선조가 되는 몽환계 게임으로서도 선구작이고, 과연 이걸 게임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며 비디오게임의 정의에 도전하는 아방가르드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물론 역사적인 가치가 어땠건지간에 게임 자체가 쿠소라면 그래도 쿠소게니까, 역사적인 이야기는 이걸로 끝. 본문 대부분은 한참 전에 완성되었지만 조금만 더 하다가 올리자...는 생각에 미적거리다가 작작 방출해야겠다 싶어져서.

일단 LSD는 호러인가? 글쎄. 바이올런스 거리를 비롯 몇몇 지역에서는 호러스런 연출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 게임 전체를 호러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음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미지에 대한 공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호러 요소를 느낄 수도 있지만, LSD는 공포심보다는 이질감/위화감을 자극하는 게임에 가깝다. 멀쩡해 보이던 거리의 텍스쳐가 기괴하게 바뀌고, 정신나간 음악과 거슬리는 사운드 이펙트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피로감을 자극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어딘가 엇나가 있는, 언캐니한 작품들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면 LSD는 피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LSD는 겉보기로는 무규칙해 보인다. 꿈의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랜덤하게 오브젝트가 등장하고, 부딪히면 랜덤하게 워프되며, 랜덤하게 텍스쳐가 괴상하게 바뀌고, 같은 장소에서 어떨 때는 보이는 오브젝트가 어떨 때는 등장하지 않기도 한다. 거기에 그저 일수를 채워 365일을 완료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엔딩을 제외하면 목적조차 없는 게임이기도 하다 보니 이걸 플레이한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피로를 줄 수도 있겠다. 이 게임을 하다가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싶은 생각이 든다면 당신 정상이다.

하지만 그래 봐야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이다. 엄밀히 정해진 목표가 없는 탐색형 게임인 만큼, LSD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의 목표를 세워야 할 필요가 생기는데 나는 처음 한참동안은 무작정 돌아다녔지만, 게임 중 어느 지점에서 지도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든 생각.

어쩌면, 이 겉보기로는 무규칙해 보이는 세계에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LSD를 합리화할 수 있지 않을까.

RNG 요소도 있겠지만, 그 패턴을 어느 정도 특정해 내는 것으로 LSD 내의 규칙성을 발견하고 싶어진 것이다.

즉 아래부터는 공략글이다. 네타바레 주의. 이 규칙성이 없어 보이는 게 LSD의 주요 호러 포인트라고 하면 이건 중대한 네타바레지만, 랜덤하기만 한 게임이 아니란 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네타바레를 피할 수 없다.





백지 상태에서 뉴 게임을 시작하면 보통 여관 실내에서 시작한다. 이 건물의 이름은 매뉴얼에 따르면 '명월장.' 명월장의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오면 마당이 있고, 밖으로 향하는 문이 존재한다. 이 문을 통해 나가면 '자연계'라 불리는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이 초원에서부터 어디로 향할 지가 막막해지기 십상이다. LSD는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고, 그 시야도 좁은데다 당연히 인 게임 미니맵이나 나침반이 없기 때문에 이 LSD라는 게임의 악몽 속에서 길을 잃기 쉽고, 그게 바로 개발자들이 원하는 걸 지도 모르지만... 몇 번의 반복된 실험을 통해 다음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1. 지도상 중앙에 있는 점이 명월장의 위치이다.
2. 명월장의 문을 열고 나오면 반드시 남쪽을 향한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명월장에서 나와서 직진하면, 어느 방향으로 향하든 강을 만나게 되며, 그 강의 모양과 지도를 맞춰 보면 위치의 특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북서쪽의 '사원', 북동쪽의 'HAPPY TOWN', 남동쪽의 '교토', 남서쪽이 '바이올런스 거리'라는 걸 특정해 낼 수 있었다. 사원과 바이올런스 거리는 입구 자체가 좁은 통로로 격리되어 있는 만큼 특정하기가 쉬웠고, 교토는 명월장에서 나와 도보로 이동해 가면 외곽을 발견할 수 있다. 해피타운은 절벽 위에 세워져 있어서 처음에는 어떻게 들어가나 했지만 터널이 존재한다.

이걸 먼저 설명해야 했나. LSD에서의 이동방법은 크게 2가지. 하나는 벽이나 필드상의 오브젝트에 부딪히면 워프가 발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걷는 것이다. 모든 필드가 한덩어리로 된 게 아닌 만큼 터널로 분리되어 있는데, 이 터널들은 거의 항상 같은 장소로 연결된다. (이하 글에서 X에서 Y로 이동한다는 말은 '대부분 그러하다'라는 식으로만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게임이 게임인 만큼 100%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자연계와 이 5개의 지점 외에 다른 맵들의 접근법들은 다음과 같다.

일단 교토 내부를 탐색하면 그 안에 3개의 서브에리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토는 중앙에 개울이 흐르고 있고, 80:20정도로 나누고 있는데 좁은 쪽으로 건너가 보면 벽으로 둘러쳐진 지역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난 문으로 이동할 시 '기념비공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우연히 워프로 여기에 다다랐다고 하더라도 문을 통해 나가면 교토로 이어진다. 토리이가 늘어선 중앙거리의 한쪽 끝에 있는 사원으로 들어가면 '도장'으로 이어진다. 그 문 앞에는 높은 탑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그 탑이 위치한 블럭을 보면 문이 열려있지는 않지만 색이 다른 부분이 있고, 여기에 들이받아 워프하면 탑의 내부로 워프된다.

사원은 사각형으로 넓은 구덩이가 파여 있고 벽이 늘어선 지역인데, 밖으로 향하는 통로는 2개. 그 중 하나는 자연계로, 다른 하나는 유기복도로 이어진다. 바이올런스 거리에서는 때때로 벽에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들이받으면 '태엽장치의 방'으로 이동한다. 게임 데이터에 '블랙 스페이스'라 기록된 지역은 여기저기 흩어진 특정 오브젝트들과 접촉할 경우 이동되는데 들어갈 확률이 낮다. 확인한 건 바이올런스 거리의 사방치기 하는 소녀나 명월장의 빈 침대 등인데, 이 오브젝트들의 등장조건 자체에 RNG가 들어 있는 만큼 가고 싶다고 언제나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즉, 이렇게 보면 에리어의 수 자체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1인칭 시점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각 에리어가 넓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건 작정하고 공략하지 않는 한 길을 잃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1인칭 시야가 딱히 넓은 것도 아니고, 지역에 따라서는 같은 건물이나 배경이 반복되어 방향감각을 상실하도록 유도시킨다. 그나마 교토나 바이올런스거리처럼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 있으면 그곳을 기준으로 매핑이 가능하지만 넓은 평원이 막막하게 이어지는 자연계는 어떤 의미에서는 LSD의 최종보스.

건물이나 배경이 반복되거나 하는 건 적은 용량 내에 넓은 맵을 때려박기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게임의 목적에도 부합시킨 훌륭한 디자인 선택이다. 초대 사일런트 힐의 안개처럼 말이지... 아, 물론 LSD에서도 가끔 안개가 끼는데 이러면 시야가 더 좁아지며 길을 잃기가 더 쉬워진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머리 속에 매핑이 되기 시작하면 이 변화무쌍한 세계를 길들이는 게 가능해진다. LSD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 세계가 무작위하고 예측불가능한 세계라고 인식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새로운 꿈을 꾸며 교토 한복판에 스폰했는데, 여기서 도보로 해피타운까지 이동한다거나 하는 데 성공하면 만족감이 느껴진다. 단순히 지점 A에서 지점 B로 이동하는 것 뿐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 내의 세계가 공간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상식을 배반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걸어야 하고, 그 기대가 배반되지 않는 걸 보며 - 즉 이 괴상한 세계 내에서도 합리적 예측이 가능한 영역이 있다는 걸 발견하며 공략이 진행되는 것이다. 자세히 기술하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겠지만 워프도 일정의 규칙이 있는 만큼 게임 내에서 내가 원하는 장소로 원할 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LSD를 길들이는 것이다.





게임은 일단위로 진행된다. 어딘가에서 낙하했거나, 아니면 단순히 오래 진행했다면 자동으로 꿈에서 깨어나게 되고, 워프의 회수가 많을 수록 깨어나기 쉬워지는 것 같은 인상이 있다. 때로는 단순히 검은 배경에 문자만 출력되거나, 동영상이 재생되는데 어느 쪽이나 의미불명. 이런 게 등장하면 바로 다음날로 넘어가게 되고, 365일을 채우게 되면 게임의 엔딩 동영상이 흘러나오게 되는데... 거기까지 플레이하기에는 단순히 작업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게 사실.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LSD의 세계를 전부 밟아보고, 다양한 텍스쳐로 감상하며 대부분의 오브젝트들을 확인했다면 그 시점에서 충분히 클리어라고 생각한다. 이 오브젝트나 텍스쳐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이 게임에는 그래프 시스템이 있어 UPPER/DOWNER, STATIC/DYNAMIC의 2개의 축 위에 그리드가 있고,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자기가 위치했던 그리드가 표시되는데 이 그리드의 조합에 따라 맵의 텍스쳐나 오브젝트가 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텍스쳐 중에는 제법 멀쩡해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정신나간 것들까지 다양하고, 그 외에 광원의 차이나(아침부터 밤까지의 시간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안개의 존재 유무 등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끔 그 조합들이 정말 안 어울리고 이상한 경우도 많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게 정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이 그래프는 그동안 지나온 맵이나 플레이어의 액션 등 복수의 요인으로 변동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상세는 미지수. 꿈에서 깨어난 시점에서 그래프 상의 위치가 표시되고, 그리드가 점점 메워지는데 이걸 전부 채우는 건 365일을 다 채우는 것 이상으로 어려울 수 있다.

LSD는 게임일까? LSD에는 목적이 없다. 그저 돌아다니며 탐사를 할 뿐이다. 근데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고, 시작과 끝이 없다고 해서 이건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라고 하면 마인크래프트의 크리에이티브 모드도 게임이 아니잖아. 물론 요즘같으면 이런 샌드박스형 게임에도 최소한의 목표나 엔딩을 설정할텐데 (마인크래프트의 엔더 드래곤, 유메닛키의 이펙트 수집 등) LSD에는 그나마도 없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기는 한다. 365일을 채우면 엔딩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걸 목적이라고 부르기는 좀. 물론 제작자들도 '이런 건 게임이 아냐'라는 카피로 광고했다고 하니 정 뭐하다면 '인터액티브 플레이'정도로는 부를 수 있겠다.



LSD는 니시카와 히로코(西川公子)의 약 10년에 달하는 꿈 일기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이 꿈 일기는 후에 대량의 일러스트를 더해 Lovely Sweet Dream이라는 화보 책자로 출간되었는데, 오리지널 게임과 마찬가지로 엄청 희귀본이지만 스캔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 (재판될 일도 없을 책이지만 그래도 어디서 받았냐는 질문은 하지 말아 주세요. 구글로 간단히 나옵니다.) 서문의 내용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10년에 달해 기록된 꿈 일기. 그 꿈 일기의 아이디어를 베이스로 해서 게임 LSD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10년분의 꿈 일기가 80명의 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게임 LSD와는 또 다른 꿈의 세계, 그것이 Lovely Sweet Dream입니다.

책 LSD에 기록된 꿈들의 대부분은 일러스트와 함께 일본어 원문과 영문 번역이 첨부되어 있다. 짧게는 2-3줄, 길게는 반 페이지가 좀 안 되는 정도의 분량으로 기괴한 문서가 이어질 뿐인, 말 그대로 일기장이지만 이 일기의 내용에서 게임에 반영된 내용들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흐름이 멈춘 강의 바닥, 공룡처럼 거대한 물고기와 거대 오징어가 헤엄치고 있다"(1987년 4월 21일)의 강과 물고기는 자연계에서 확인할 수 있고, 최초의 스폰 지점인 명월장은 몇 차례에 걸쳐 등장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때로 탐사를 아예 생략하고 컷씬 영상이나 검은 배경의 문자만 등장하며 하루가 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들 역시 상당수 이 책에서 모티브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988년 1월 1일(금)
명월장이 거대한 철제 아파트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포도주를 훔쳐 먹다

엘레베이터는 구식 철문. 3층에 내리면 3층은 엔트런스가 카운터 형식의 낡은 카페. 남자아이가 포도주와 소시지를 먹고 있다. 나도 포도주를 달라고 하자 공짜로 주었다. 여기서는 용케 요리장의 눈을 피해 포도주를 훔쳐먹는 것이 관습. 다시금 엘레베이터가 올라간다. 명월장에 있는데, 여기서 명월장의 내 방을 바라본다. 체커모양의 바닥이 열린 창문을 통해 보인다. 안에 있는 사람이 전화를 들고 있는 게 보인다. 아무래도 나인 것 같다.

최초의 스폰 지점인 명월장의 카운터 카페는 3층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는 1층에 존재하지만, 이 요리장으로 보이는 NPC도 확인이 가능하며 컷씬 영상들 중에는 실제로 남자아이가 소시지를 먹는 영상도 있다. 초등학생 정도인 만큼 그 옆에 있는 잔에 담긴 액체가 포도주가 아니라 포도주스이길 바란다만... 랜덤하게 등장하는 문서들도 책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분량의 문제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대부분 앞뒤가 잘려 있다. 아래는 일례로 2개만 더 옮겨본다. 밑줄친 부분이 게임 내에서 보여지는 부분이다.




1989년 9월 27일(수)
기묘한 사람

어딘가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 판타지 같은 세계다. 나는 이곳을 한번 꿈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한번 본 꿈을 다시 한번 탐삭하고 있는 것이다. 중세같은 돌 계단을 올라가면, 인공의 사각형 연못 주변에, 뱀의 몸과 인간의 머리를 가진 기묘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중세의 귀족과 같이 깃털 장식을 한 모자를 쓰고, 직물로 된 외투를 입고, 손에는 커다란 잔을 들고 있다. 나는 그 기묘한 사람의 가늘고 긴 몸에 커다란 돌을 얹어 움직이지 못 하게 한다. 그리고 다시 돌 계단의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다.

1992년 3월 5일(목)
심메트리 쌍둥이

이웃집의 할머니가 미쳐버렸다는 것 같다. 나는 밥풀이 많이 달라붙은 커다란 밥그릇을 강제로 먹고 있다. 증조할머니가 쌍둥이가 되어 심메트리가 되어 있다. 증조할머니는 언제나 나를 도와주었지만 오늘은 도와주지 않는다.

물론 게임을 즐기기 위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게임을 의식하지 않고 책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책의 내용들이 게임 내에 등장하는 장면들에 대한 컨텍스트를 제공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에 의지해서 게임의 이미지나 상징들을 해석해 나가는 게 과연 올바른 접근법인가는 다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게임도 에술의 한 갈래라면 게임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방법론도 필요할 것인데, 책과 게임이라는 상호보완적인 2가지 매체로 존재하는 LSD를 어느 한 쪽만 갖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지, 아니면 대부분이 유저들이 이 게임을 게임으로서만 접한다는 걸 고려해 책을 배제하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지 나로서는 모르겠다.

니시카와 히로코가 얼마나 게임 개발에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고, 게임이 니시카와의 비전을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지만 꿈 일기라는 지극히 사적인 문서를 제공했다는 걸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참가했거나, 아예 뒤로 빠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되었을 것 같다. 어느 쪽이든 이 게임은 결국 한 사람의 심상세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덕분이라고 하면 과대해석일지도 모르지만 다양한 배경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와중에도 기묘한 통일감이 느껴진다. 양쪽을 비교해 가며 뜯어보다 보면 이 니시카와 히로코라는 인물의 내면이 보이기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착각이겠지.



노스탈지아 없이 이 게임을 요즘 한다면? 아무에게나 권할 수 있는 게임은 분명 아니다. 아마 이 게임을 아무런 설명 없이 던져주면 대부분의 정상인들은 30분 안에 던져버릴 것이고, 소수의 싸이코들은 이 게임에 빠질 것인데, 본인이 후자에 속할 것 같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플레이할 것을 권한다. 아니면 주변에 이딴 걸 좋아할 것 같은 싸이코가 있다면 권해주자. 이 게임을 하다가 두통이 왔다거나, 불면증이 생겼다던가, 악몽을 꿨다거나 하는 호러 스토리들도 제법 있는 것 같은데... 글쎄. 위에서도 말했지만 LSD 자체에는 호러 요소는 거의 없고, 그보다는 언캐니 요소가 훨씬 지배적이다. 호러 내성과 언캐니 내성은 분명 다르기 때문에 깜놀이나 고어 요소에 강하다고 해도 이 게임이 안 맞을 수는 있다.

난 처음에는 PS1 에뮬레이터로 80일 정도 진행하다가 PSN 버전을 다운받아 비타로 다시 70일 정도를 진행했는데... 외출중에 비는 시간에 잠깐잠깐 즐기거나, 장시간 세미나 따위를 마치고 머리가 지끈거릴 때 LSD를 플레이하니 마음의 평화가 느껴진다. 워낙 평화로운 게임이다 보니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침대에 누워 플레이하기에도 좋다. 이미 늦은 건가.

여러분 모두 Lovely Sweet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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