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차차원게임 넵튠 Re;Birth 2 SISTERS GENERATION 현실도피



超次次元ゲイム ネプテューヌ Re;Birth2 SISTERS GENERATION (2014 PSV/2015 PC)

2011년 PS3로 발매된 초차원게임 넵튠 mk2의 리메이크작. 전작인 넵튠 리버스 1편과 전체적인 시스템은 거의 동일하다. 다만 인터페이스나 전투 시스템 등이 동일한 건 이게 그나마 최선책이었기 때문에 같은 시스템으로 통일했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주요 캐릭터의 스프라이트까지 완전히 돌려막기되었다는 건 좀. 조금 더 진행하다 보면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추가되기도 하지만 무성의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옷이라도 좀 갈아입혀 주던가, 약간의 디자인 체인지 정도만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부분의 주요 스토리 이벤트는 보이스 지원. 그런데 도중에 발생하는 서브이벤트들 중에서는 보이스가 들리지 않는 구간들이 있다. 아마도 mk2에서 쓰인 보이스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리메이크에서 추가된 대화는 녹음하지 않은 모양이다. 으-음, 잠깐 발매일자를 보니, 일본 최초발매 기준으로 리버스 1편이 2013년 10월 31일, 2편이 2014년 3월 20일이다. 이렇게 빡빡한 스케쥴이었다면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닌데, 애초에 왜 이렇게 빡빡했는지가 의문.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짐작이지만, 리버스 1편에서 캐릭터 모델링이나 대사녹음을 싸그리 새로 하면서 리버스 2편은 비용절감을 위해 1편의 소재를 그대로 돌려막기하자는 어른의 사정이 개입된 게 아니었을까. 덕분에 약간 셔블웨어 냄새가 난다.


스토리는 전작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검색해보니 넵튠 시리즈는 전부 별도의 평행세계라는 듯.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전편에서 마지콘을 박살내고 스토리를 깔끔하게 종결해 버렸으니 그 뒷이야기를 만들 수도 없고, 프리퀄을 만들면 여신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는 이야기가 될 테니. 이게 참 흔히 발생하면서도 뭐 어쩔 도리가 없는 문제인게, 첫 작품을 만들면서 이게 성공해서 속편까지 만들 거라고 미리 예상하고 만드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어? 깔끔하게 자기완결되어 버린 원작 덕분에 속편이 괴랄해지는 건 비단 게임들만 그런 게 아니긴 하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여동생들. 좌측이 롬/람, 중앙이 네프기어, 오른쪽이 유니. 전작의 주인공들이 세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의 거치기 콘솔을 의인화한 게임업계의 여신들이었다면, 본작의 여동생들은 각 회사의 휴대용 콘솔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엑박 진영에는 휴대기기가 없다 보니 여동생이 없고, 그 대신인지 모르겠지만 닌텐도 쪽에 쌍둥이 자매가 등장. 응, 알았어 DS에 스크린이 두 개라서 그런 거겠지. 소니 진영의 유니는 통상 일러스트의 가슴 부분의 장식을 보면 UMD 드라이브를 의식한 듯, PSP가 모델인 것 같고 (mk2 발매당시엔 아직 비타가 등장하기도 전이었으니) 세가는... 이름부터 네프기어인 걸 보면 뻔히 게임기어겠지.


주인공 네프기어와 여동생들이 주역이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작의 여신들이 아예 등장하지 않냐면 그것도 아닌 게 미묘한 부분을 남긴다. 특히 4차원 마이페이스 넵튠과 달리 마지메 간바리마스 캐릭터로 설정된 네프기어는 저것도 언니라고 넵튠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넵튠이 회복되어 파티에 참가한 뒤에 스토리 주도권을 넘겨주냐면 그것도 아니란 거지. 전작의 팬들을 의식해서라도 여신들을 동료로 등장은 시키긴 해야겠는데, 그렇다고 중반 이후에 주인공 포지션을 넵튠이 스틸해 버리면 그것도 시나리오 붕괴잖아?

결국 네프기어가 워낙 천사표에 소심한 성격으로 설정된 덕분에 후반부 전개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 캐릭터 네프기어는 언니에 의지하고 싶어하는데, 시나리오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이 부여된 덕분에 여신들을 제치고 선두에 나서야 하는 것. 마지콘 4천왕 중 하나인 트릭 더 하드를 상대하는 부분에서는 그래서 인질로 잡힌 이스트와르를 구하고 싶다면 여신후보생들만 오라는 뻔한 트릭에 일부러 걸려주는 시나리오를 써가면서 여동생들을 앞에 내세우지만, 그마저도 정작 위기상황이 되자 여신들과 메이커 캐릭터들이 난입해 들어오며 상황이 해결되는 삐걱대는 전개를 보인다.

네프기어가 과거의 실패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주인공다운 모습을 보이는 초중반 전개는 충분히 괜찮은데, 그렇게 간바리마스해서 언니들을 전부 구출한 뒤에 네프기어의 역할이 애매해진 것이다. 전작의 그림자를 벗지 못하는 속편과 언니의 후광을 넘어서지 못하는 동생.

마지콘은 르위에서 생겨났다고. 음음, 그렇지. 영문 이름이 Arfoire인 건 R4칩.

전작부터 참전한 캐릭터들은 2D 스프라이트도 3D 모델도 그대로지만 그래도 새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해 있다. 일부 전작 동료들은 메인 시나리오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어떤 조건을 만족하면 동료로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플레이 도중에는 몰랐던 사실이고.

캐릭터 게임이라면 굳이 하는 거 새로운 캐릭터를 다양하게 쓰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 게임은 회복기를 주로 사용하는 콤파를 제외하면 캐릭터별로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부 딜러다. 그래서 얘는 좀 맘에 안 든다 싶으면 다른 캐릭터로 교체해 버려도 무방하고, 또 전투에 안 쓴다고 해서 경험치가 안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 그 점에서는 마음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그 왜, RPG에 그런 거 많잖아. 특히 이렇게 동료가 많은 게임일 경우, 특정 파티 조합으로 강제되는 이벤트가 생기는데 그 중에 꼭 안 키워놓은 누가 끼어있어서 발목잡고 뒷골 땡기게 만드는 거. 리버스 2에서는 결과적으로 그런 이벤트가 없었지만 적어도 초견 상태에서 마음 편하게 내키는 대로 쓸 수 있다는 건 그나마 호평할 만한 부분.

다만 콤파. 전작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난 콤파 견디기 힘들다. 콤파 팬들에게는 정말 멍석깔고 사죄해야겠지만 난 이런 대놓고 노리고 만든 모에블랍 캐릭터들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게 이 게임 제작자들의 자캐란 걸 생각하면 소오름이 돋는다. ...근데 다른 애들은 몰라도 콤파는 파티에서 빼기 힘들다. 힐러 하나쯤 더 늘려줘도 좋지 않았을까?

PSP와 커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메인 스토리의 개요는 범죄신 마지콘과 게임 소프트의 불법복제로 인해 멸망의 위기에 처한 게임업계를 구한다는 여신후보생들의 이야기. 주역 인물이 달라지긴 했지만 전작과 기본적인 얼개는 동일하다. 전작에서 마지콘이 직접 등장하던 데 비해 본작에서는 봉인된 파괴신으로, 마지콘의 부하들이 주요 악역으로 등장하는데 일본판 음성에서는 "~ 더 하드"라는 이름의 사천왕이 영어판에서는 "CFW"로 초월번역되어 있다. CFW는 물론 커스텀 펌웨어. 마지콘의 이름이 Arfoire가 된 건 R4.

그 중 브레이브 더 하드는 방법과 결론이 잘못되었을지언정 최소한 동기는 이해할 수 있는 적이라는 점에서 평가를 높여주고 싶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오락거리를 즐길 권리도 없다는 거냐는 물음 자체는 지극히 타당한 질문인데, 비디오게임이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세계의 유희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문제지. 무슨 이야기냐면, 몸으로 하는 놀이들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고, 신문지를 접어 딱지를 치는 데도 돈이 문제가 되진 않아. 공놀이를 하려면 공이 필요하지만 공 하나가 있으면 여러 명의 아이들이 멀티플레이어 매치를 벌일 수 있잖아.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지. 또래들과 같은 오락거리를 즐기지 못해서 소외되는 것이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 애들은 잔인하다고. "XX도 없으면 꺼져"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게 초딩이니까. 요즘 초중딩이 무슨 게임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90년대에 내가 자랄 때도 스타 할 줄 모르고, 킹오파 할 줄 모르고, 리니지 안 하는 애들이 화제에서 소외되는 게 이미 흔한 일이었으니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까. 오히려 게임이 진정 주류문화가 될 것 같으면 더 심해지지 덜해지진 않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 시절에도 비싼 장난감을 자랑하는 애들은 있었지만, 그것들이 주류는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어린이들을 복돌이로 만들면 된다는 결론에 동의하는 건 아니야. 나도 친구들과 같은 게임을 즐기지 못해 소외되는 것도 작진 않겠지만 불법복제에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 어디까지나 이상론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적어도 모든 어린이가 최대한 행복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게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오락에 대한 권리란 건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긴 하다는 것. 그렇다고 어쩌자는 거냐면 나도 딱히 머리에 떠오르는 대안이 없으니 여기까지. 나도 완전히 깨끗한 놈이 아니고, 레트로 게임들 같은 건 에뮬레이터로 돌리는 입장에서 잘난척 떠들고 싶지도 않으니.

나 이런거 산 기억 없는데

시스템적으로는 리버스 전편과 거의 동일한 만큼 긴 설명은 생략한다. 한 번에 전투에 참가 가능한 멤버가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 덕분에 약간 여유가 생겼다는 점 외에는 기본적으로 동일. 당연히 전작의 골때리는 노가다판도 건재하다. 다만...

게임 초반에 장비를 교체하다 눈에 들어온 물건. "Gehaburn - Anime" 라는 네프기어 전용장비를 처음부터 갖고 시작했는데, 이 장비의 위력이 무지막지하다. 레벨 50 언저리쯤 가면 네프기어의 8히트 EXE 드라이브로 1히트당 데미지 칸스토 9999를 뽑게 되고, 초중반까지는 그냥 평타만으로 다 잡고 다닐 수 있는 밸런스 브레이커. 이름인 '게하반'은 아마 2ch의 '게임 하드웨어 게시판'에서 따온 게 아닐까. 린박스의 교주 이름이 '치카'라던가, 게하판 용어/패러디가 섞여 들어가 있기도 하고. 영역자가 여기서 그냥 적당히 음역하기보다 좀 센스를 발휘해 줬으면 싶었다.

그나저나 왜 이런 무기를 처음부터 갖고 있는건지 싶어서 구글을 돌려보니 DLC 장비라고. 스팀에서 세일할 때 구입하면서 같이 딸려온 것 같다. 내가 이걸 따로 결재한 기억은 없으니까.

난 DLC는 게임 컨텐츠를 늘려주는 확장팩적인 개념이나, 그게 아니라면 게임 아바타를 꾸며주는 장식적인 정도면 모를까 이렇게 게임 밸런스를 말아먹을 정도의 장비나 캐릭터를 팔아먹는 걸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게임은 넵튠이다. 네프기어가 혼자서 열심히 무쌍을 찍어주는 덕분에 레벨 노가다를 대폭 생략하고 진행할 수 있게 된 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용했다. 이 게임에서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동료도 전부 똑같이 경험치를 받고, 또 덕분에 해당 던전의 적정레벨에 모자란 파티로 들어가도 네프기어 혼자서 10여명에 달하는 나머지 동료들을 열심히 공쩔해 주게 된 것.

덕분에 노멀 루트 클리어 시점에서 스팀에 기록된 플레이 타임은 15시간. 전작인 넵튠 리버스 1은 똑같이 노멀 루트 엔딩까지 가는 데 34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노멀 엔딩을 보기까지의 시나리오 볼륨이 리버스 2에서 약간 짧아진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수 시간에 걸친 레벨 노가다를 생략할 수 있었다. 카무사하무니다.

여기서 뭐 어쩌라고

눈살 찌푸려지는 포인트를 좀 지적해 볼까. 스토리상 처음으로 린박스로 가게 되는 부분에서, 배가 망가졌으니 부품을 조달해 오라는 대화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미 한번 클리어한 던전을 재방문해야 하는 이벤트는 이 이전에도 몇 번인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어디로 가라는 것 자체도 알려주지 않는다. 최소한 전작까지는 뭔가 이벤트가 발생하는 지점에는 위 리스트에 new나 EVENT 마크로 표시가 되어서 최소한 다음에 어딜 목표로 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알려주었던 것에 비해 노힌트로 무슨 아이템을 조달해 오라는 것. 이곳저곳 클릭해 보다가 길드에서 해당 아이템을 보수로 제공하는 퀘스트를 발견. 이미 이 시점에서 니미럴스럽지만-

3가지 퀘스트 중 2가지가 수집이다. 여기서 퀘스트 구조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어떤 몬스터를 몇 마리 잡으라는 사냥 퀘스트 아니면 던전에서 어떤 아이템 몇 개를 모아오라는 수집 퀘스트의 2가지로 나눠지는데, 사냥 퀘스트의 경우 인게임 내에서 어떤 던전에서 어떤 몬스터가 등장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던전 목록을 훑어보다 해당 몬스터가 등장하는 곳에 들어가면 된다. 던전 리스트를 스크롤하면서 원하는 몬스터가 어디 나오는지 확인하는 건 약간 귀찮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아이템 수집 퀘스트는 큰 문제가 맞다. 게임 내 몬스터 도감이 존재하고, 어떤 몬스터가 어떤 아이템을 드랍하는지는 기록해 주지만 어떤 아이템을 어떤 몬스터가 드랍하는지를 역으로 검색하는 건 불가능하다. 덕분에 무슨 아이템을 가져와라! 라는 퀘스트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혹은 사양서로 특정 요소를 해금하기 위해 어떤 아이템을 필요로 한다면? 그리고 그 몬스터 도감도, 최소 1번 이상은 해당 아이템을 드랍해야 기록되기 때문에 아직 입수해 본 적이 없는 아이템이라면? 노힌트 상태라는 의미. 위의 카와시마 교수같은 몬스터가 필요 아이템 중 하나를 드랍하는데, 미입수 상태에서는 이렇게 드랍 아이템 정보가 ???로 되어 있다.

더욱이 기가 찬 건 이 부분을 검색하다 보니 gamefaqs의 원작인 mk2 게시판에도 똑같은 질문이 올려져 있던 것. 즉 리메이크하면서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옮겨졌다는 이야기다. 원작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았을텐데, 무슨 짓이야 대체?

몇 번이고 쓰러져야 했던 매직 더 하드

거기에 버그로 게임이 바로 뻗어버리는 부분마저 존재한다. 첫 전투에서 강제 패배되는 마지콘 4천왕 중 하나인 매직 더 하드(CFW Magic)와 플라넵튠에서 재대결을 벌이는 부분. 던전 안에 있는 게 아니라 플라넵튠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대화 컷씬에 이어 전투가 발생하기 때문에 EXE 드라이브 게이지를 충전할 시간도 없고, HP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8~9천대 데미지를 날리며 맞으면 일격에 골로 가는 기술을 써 대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승리한 뒤에 대화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그 이후에 게임이 뻗어버리는 것. 아니, 크래쉬되는 게 아니라 대화 백로그를 불러오거나 하는 조작은 정상적으로 다 기능하는데 검은 화면에서 아예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게임을 종료했다 다시 실행해 보고, 컴퓨터를 재부팅한 뒤 다시 실행해 보는 뻘짓을 3번인가 4번인가 반복하다 구글에 물어보니.

해결법은 절대 대사 이벤트를 스킵하지 말 것. 도중에 게임업계 묘지를 잠깐 비추며 대화박스 1클릭분의 짧은 대사가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게임업계 묘지 백그라운드가 로드되기 전에 대사를 클릭해 넘겨버리면 검은 화면이 나오며 게임이 뻗어버린다는 것이다. 진짜 가지가지 한다.

여기서부터 아래는 엔딩과 관련된 부분. 네타바레 요소가 있으니 적당히 거리를 띄워 둔다. 아래는 엔딩 크레딧롤 스크린샷들. 진짜로 이렇게 만들어서 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패미컴 아재 혹은 줌마.



1회차를 완료하고 나자 스팀 업적 Normal End가 등록된다. 전작에서도 노멀 엔딩과 진엔딩이 따로 있었으니 아마 이것도 마찬가지겠지, 어디 다른 엔딩들의 조건이나 볼까- 하고 검색해 보니 엔딩이 무려 8가지다. 나로서는 이걸 8주차 씩이나 플레이하면서 SAN을 유지할 자신이 없지만 그걸 해낸 광신자들에게는 진심을 담은 존경을 표한다. 엔딩 분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분. 플라넵튠, 라스테이션, 르위, 린박스의 지분이 각각 40% 이상일 때 메이커 캐릭터 4명(마블러스AQL, 브로콜리, 철권, 사이버커넥트2)이 동료가 되며 스토리상 자동으로 참전하는 넵튠을 제외한 다른 세 여신은 해당국가 지분이 50% 이상일 때 참전한다. 여기에 백합 랭크(친밀도) 시스템을 합쳐 특정국가 지분이 70% 이상이며, 네프기어와 그 국가의 여신 및 후보생과의 백합 랭크가 5 이상일 경우 해당 국가 엔딩이 출현한다. 플라넵튠, 라스테이션, 르위, 린박스 엔딩.

국가 엔딩의 조건을 맞추지 않고 콤파, IF, 레드, 5bp, 마블러스AQL, 사이버커넥트2, 케이브, 팔콤, 브로콜리, 철권을 전부 동료로 한 뒤 이들의 백합 랭크를 5 이상으로 하면 메이커 엔딩으로 분기. 위의 모든 동료를 전부 영입하고, 모든 국가의 지분이 15% 이상이며, 전원의 백합 랭크가 4 이상일 경우 진엔딩 루트로 들어간다.

화면상에 존재하는 NPC들과의 대화를 통해 '성검' 이벤트 3가지를 3장 종료 전까지 전부 보았을 경우 정복 엔딩 혹은 성검 엔딩으로 빠질 수 있게 된다. 어느 쪽이든 최소한 느와르, 블랑, 베르를 동료로 맞아야 하며, 플라넵튠의 지분 55%를 필요로 한다. 이 상태에서 모든 여신 및 후보생들과의 백합 랭크가 8 이상일 경우 성검 엔딩, 8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복 엔딩으로 빠지게 된다. 이 두 루트는 추가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 이게 정규 루트가 아니라 히든 시나리오인 건 아마 리버스 1편과 너무 비슷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콘에 대항할 수 있는 전설의 검을 얻는다는 전개가 1편과 거의 동일하니까 말이지. 세이브 파일을 에디트하거나 공략본 펼쳐놓고 서브퀘스트 수십개를 해결하며 한 30시간 더 때려박을 엄두는 들지 않는다. 저 지분이나 백합 랭크나 각잡고 하려면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 놈들이라.

난 다른 엔딩들은 유투브의 플레이 영상으로 내용만 확인했는데, 그 중 정복 엔딩에 대해서는 적어도 그 대담함을 평가하고 싶다. 갈수록 유리멘탈이 되어가는 십덕들 상대로 만든 게임에 이런 엔딩을 집어넣었다는 것 자체가 용기있는 시도 아닐까. 개인적으론 이걸 노멀 엔딩으로 해서 생각 없이 진행하면 여기로 빠지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애초에 초견 플레이에서 노멀 외의 다른 엔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도 헛소리를 하는 넵튠. 씬은 리버스 1편 클립

전작에 대해서는 그 미친 노가다성 때문에 한참을 깠지만, 이번엔 이런 게임일 거라고 예상하고 들어갔던 것도 있고, 게하반 덕분에 노가다 타임을 확 줄인 것도 있어서 그런지 좀 너그러운 기분이 든다. 그리고 2편째 하면서 드는 생각인데, 아마 내가 아직 중고딩이었다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전엔딩 공략을 각잡고 도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용돈의 한계 내에서 게임 하나하나가 귀했던 만큼 이렇게 수십시간을 때려넣어도 아직 할 게 남는 게임을 그 당시의 나였다면 아마 반겼겠지. 그리고 성인이라도 매번 새로운 게임을 하기 위해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 게 귀찮아 익숙한 게임만 죽 하고 싶어질 때가 있고 말야. 하지만 줄지 않는 츠미게에 깔린 지금의 나에게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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