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도어 현실도피



ドアドア (1983 PC-8801/1985 FC)

춘소프트 제작, 에닉스 유통의 퍼즐 플랫포머 게임. 가끔은 십덕스런 게임에 지쳐 단순한 게임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물론 단순한 게임이라 해서 쉬운 게임이라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 이야기는 좀 나중에.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탄생 비화에 대해서 잘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인데, 프로그래머 나카무라 코이치와 기획자 호리이 유지는 이제 막 게임업계에 들어가려는 에닉스가 주최한 게임 컨테스트에 입선한 것으로 게임 개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호리이 유지는 테니스 게임을 만들어 제출했다고 하고, 그 게임은 결국 발매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카무라 코이치가 에닉스에 제출한 게임이 바로 이것, 도어도어. 이후 패미컴으로 이식되며 도어도어는 에닉스 최초의 패미컴 게임으로 발매되고, 그 사이 호리이 유지는 포토피아 연속살인사건을 제작, 역시 패미컴으로 후에 이식된다. 그리고 이후에 이들이 만들어 전설이 된 게임은 말할 것도 없이 드래곤 퀘스트.

조작은 간단, 좌우로 이동하고 상하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B와 A는 둘 다 점프에 사용된다. 게임의 목적은 야구모자를 쓴 흰색 마시말로같은 주인공 캐릭터 ""을 조작해 각 레벨에 있는 적들을 문 뒤에 가두는 것. 밟고, 쏘고, 때리고, 효과가 발군이고 하는 게임들을 하다가 가끔 이런 평화적인 게임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후에 에닉스의 개발부나 다름없는 지위가 되는 춘소프트의 이름은 이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라고.

각 스테이지에 보이는 녹색 문을 열고, 그 열린 문 안으로 적을 들여보낸 뒤에 춘을 조작해 닫아서 가둬버리는 것으로 게임이 진행되며, 모든 적을 가두는 데 성공하면 다음 레벨로 이동할 수 있다. 첫 스테이지가 곧 튜토리얼이기 때문에 실제로 조작해 보면 금방 개념을 파악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문의 손잡이가 왼쪽에 있을 경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문 앞을 지나가야 열리고, 적도 왼쪽에서 이동해 와야 그 안으로 들어간다는 점. 왼쪽 손잡이 문이 열려 있어도 오른쪽에서 지나오는 적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때로 양면에 손잡이가 달린 문도 있는데, 어느 방향에서든 열릴 수 있다.

문 안에 들어간 적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밖으로 나와버리고, 처음에는 문의 개수도 넉넉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문보다 적의 수가 당연히 많아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적을 잘 몰아서 한 번에 여러 마리를 문 안에 쳐박는 퍼즐적인 요소가 필요해지고, 많은 수의 적을 한 번에 몰아넣을수록 점수가 늘어난다. 이 게임은 점수 누적에 따라 잔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의외로 중요. 문은 완전히 열려야 적이 그 안으로 들어가며, 완전히 닫혀야 가둬진다.



춘은 적과 접촉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게 되면 죽는다. 한 번이라도 적을 가둔 문은 다시 사용될 수 없지만, 죽었다가 재시작한 다음에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죽기 전에 가뒀던 적은 다시 잡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스테이지에 따라서는 잔기를 하나 희생하고 밀어붙이는 플레이도 필요할 수 있다. 일단 (아마도) 모든 스테이지는 죽지 않고 클리어하는 게 가능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지만.

단순한 플랫포머가 아니라 퍼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적들의 움직이는 알고리즘에 랜덤성이 없이 반드시 규칙적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플레이어의 조작에 반응하면서도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스타트 버튼으로 일시정지 해 놓고 화면을 바라보며 동선을 짜는 게 게임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메곤(노란색) : 춘과의 최단루트를 찾아 이동한다.
인베군(파란색) : 춘과 같은 높이에 있고,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면 내려간다.
아메짱(핑크색) : 춘과 같은 높이에 있고,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면 올라간다.
옥타뿅(초록색) : 춘과의 최단루트를 찾아 이동한다. 춘이 점프하면 동시에 점프한다.

옥타뿅을 제외한 모든 적들은 점프를 할 수 없고, 춘은 이들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옥타뿅은 반드시 춘과 동시에 점프하기 때문에 뛰어넘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놔둬도 혼자서 점프하고 발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점프를 해야 거기에 맞춰서 점프하기 때문에 여전히 예상 가능한 적.

그 외에는 기본적으로 동일, 장애물이나 바닥에 금이 간 곳 등이 없다면 춘을 향해 몰려오기 때문에 이를 잘 조절하면 한 덩어리로 뭉쳐서 문 안에 쳐넣을 수 있고, 일부러 문을 열었다가 다시 나오게 함으로서 딜레이를 만드는 플레이 등이 가능하다. 즉 두 마리의 적이 따라오는데 제법 간격이 떨어져 있다면 가까운 적을 문 안에 넣었다가, 문을 조금만 닫음으로서 가까운 적이 잠시 후 다시 나오게 만들고, 멀리 떨어져 있던 적이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만들면 둘의 간격이 좁혀져 나중에 한 문에 동시에 쳐넣을 수 있게 되는 식이다.



40판쯤 오게 되면 단순히 퍼즐만이 아니라 반사신경도 중요해지고, 약간의 타이밍만 못 맞춰도 바로 끝장나는 경우가 흔히 생긴다. 대부분 게임이 시작되면 각 적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체크하고, 이들의 이동 패턴을 피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뒤 가까운 문으로 유도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되는데, 위 스샷의 스테이지 50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스테이지 50은 한 치의 조작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며, 클리어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적당히 그림판으로 스테이지 50의 이동루트를 표시했는데, 주의해야 할 점은 2가지. 스타트지점에서 1) 점프를 할 때 → + A를 한 번 누르는 게 아니라 누른 상태로 유지해야 돌기둥 위에 앉게 된다. 바닥의 가시를 뛰어넘는 6) 을 제외한 이 스테이지의 모든 점프는 누른 채로 있어야 다음 목적지에 착지하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즉사한다.

3) 점프는 목적지는 오른쪽이지만 점프 자체는 왼쪽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스크린 경계에 부딪혀 튕겨나와 파란색 사다리 위에 내려앉게 된다. 이 시점에서 나메곤은 춘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내려올 텐데, 4) 점프를 위해 내려오기 전에 일단 파란 사다리 앞에서 한 번 점프를 해 주면 나메곤이 위쪽으로 올라간다. 만약 춘이 먼저 내려가 버리면 나메곤이 틈새에 갇혀서 올라올 수 없게 되고, 클리어 불가능 상태가 되니 주의. 올라가기 시작한 나메곤은 문 쪽으로 일단 향하는데, 끝까지 간 뒤 플레이어와 같은 높이까지 내려오기 때문에 이후 바쁘게 움직여 8) 점프까지 완료해야 나메곤이 더 밑으로 내려와 끼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로 설명하면 엄청 구차하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 여기까지 도달한 뒤에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진 않을.. 거라고 믿는다.)


노스탈지아 없이 이 게임을 요즘 한다면? 도어도어는 액션성과 퍼즐성 모두 훌륭하고, 조작도 타이트해서 실수로 죽더라도 내가 잘못해서 죽었지 게임 컨트롤이 나빠서 죽었다는 억울한 생각은 들지 않는 게임이다. 다만 스테이지 셀렉트 기능은 고사하고 컨티뉴조차 없는 게임인 만큼 최종 스테이지 클리어를 목적으로 한다면 에뮬레이터를 권한다. 총 50 스테이지 구성으로 게임 볼륨은 충분하지만 엔딩 스크린도 없이 50판을 깨고 나면 바로 처음으로 돌아가 루프되는 점도 지금 보면 아쉽지만, 85년 패미컴 기준에선 이해할 만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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