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달인 - 완벽한 메뉴 3찬 승부 - 현실도피



美味しんぼ 究極のメニュー三本勝負 (1989 FC)

1989년 신세이 개발, 반다이에서 발매한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 타이틀 화면에는 신세이로 되어 있지만 반다이의 자회사다. 포토피아 연속살인사건이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일본의 어드벤쳐 게임의 표준처럼 되어버린 덕분에 이후 범람한 같은 유형의 커맨드 선택형 게임들 중 하나다. 여기서 커맨드 선택까지 지워버리고 게임성을 제로로 만들면 비쥬얼 노벨이 되는 거지. 왠지 어드벤쳐 게임이 하고 싶어져서 대체 왜 패미컴 소프트 카탈로그를 뒤적이다 발견. 이걸 게임으로 만들었어?

원작 만화인 맛의 달인의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 3파트 구성으로 되어 있다. 원작을 읽어본 게 워낙 오래전이라 아- 이런 스토리 있었지 하면서 기억을 더듬으며 진행했는데, 얼마나 원작을 충실하게 따르는지 게임 오리지널 스토리가 추가되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한국에 있었다면 동네 대여점에라도 갔다와 금방 확인이 가능했겠지만.

첫 파트에서는 동서신문사의 완벽한 메뉴 기획이 시작되며 전문가란 사람들을 불러 자문을 구하려는데, 이들의 푸아그라 찬양에 질린 지로가 푸아그라보다 맛난 걸 먹여주겠다고 도발하면서 푸아그라보다 맛있는 것을 찾아오는 이야기로 시작. 파트 2에서는 르느와르 그림을 빌리기 위해 쿄고쿠를 접대하는 이야기, 파트 3에서는 쿄고쿠의 의뢰로 궁극의 라면을 만들며 우미하라의 츤데레 섞인 인정을 받는 것을 목표로 진행한다.

다만 원작을 따라가기보다 완전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교코쿠를 접대하는 파트 2에서 요리와 재료를 걸정하고 나서 어느 식당으로 부를지 선택지로 긴자의 노숙자 타츠씨에게서 무사시노 혹은 강성이 요즘 맛있다는 정보를 얻는데, 원작을 이미 접했다면 당연히 망설임 없이 강성을 고르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외에는 정말 저예산으로라도 못 만들기 힘든 장르다 보니 좀 막히는 것 같다 싶어도 이것저것 해 보다 보면 진행이 된다.

...만.

이 게임은 패스워드 컨티뉴를 지원하는데, 다행히 패스워드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이걸 제법 자주 메모해가며 진행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운 것이, 이 게임은 뻑하면 게임오버로 빠지기 쉽다. 기본적으로 일직선 진행이긴 하지만 뭔가 실패하거나 하면 게임오버로 빠지기 쉬운데, 그 게임오버 센스가 괴상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파트 1에서 텐모쿠라는 요리집 주인에게 볼일이 있는데, 영업시간 전이라 문이 닫혀 있는 상태다. 주인을 불러내고 싶은데, 선택지가 다음과 같다면?

- 창문을 들여다본다
- 소란피운다
- 문을 두들긴다
- 거짓말을 한다

누구 없나 싶어 창문 안을 들여다본다 정도가 정상 아닐까 싶어 무심코 눌렀다가, 경찰에 들키는데 그 이후에 나오는 선택지는 골때리게도

- 싸운다
- 도망친다
- 주문

이거 요리물이잖아. 당연히 지로는 싸울 수 없고 게임 오버로 직행하게 된다. 게임 오버 화면이 뜨게 되면 리셋하는 수 밖에 없고, 그때까지 세이브도 않고 진행하던 나는 처음부터 새로 할 수 밖에 없었다. 하하하. 그 외에도 푸아그라보다 맛있는 것이라며 아귀 간을 구하고자 하는데, 도중에 지로가 유우코에게 아귀 간은 이러이러하게 조리하는 거라고 가르쳐 주는 장면이 있다. 이걸 기억해 두었다가 그 순서대로 아귀 간을 준비하지 않으면, 바로 게임오버. 그것도 간을 잘못 조리해서 도쿄에 돌아가자 이미 상해있었다던가 하는 거라면 납득이 가는데, 낚아올린 아귀에게 "때린다" 라는 선택지를 하면 병약한 지로가 아귀를 두들겨 패려다 자기 팔이 부러져 게임오버되는 납득이 안 되는 바카게 전개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 외에도 게임오버들이 재미있어서 좀 하다 보면 일부러 당하면서 웃게 되기도 한다.

근데 그렇게 선택지 하나 잘못 찍으면 게임오버된다고 해도 그리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여기저기 꼼꼼히 찾아다니다 보면 힌트도 충분히 주어지는 편이고, 플래그를 맞추는 게 그리 어렵지도 않다. 이 글을 쓰면서 일웹에서 관련정보를 좀 알아보다 보니 쿠소게 취급을 받기도 하는 것 같은데, 텍스트 어드벤쳐에 뭐 바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어이없는 게임오버가 네타화되어 그런 게 아닐까. 그리고 사실 게임의 분량도 한나절 정도 하다 보면 끝날 만한 짧은 분량. Gamefaqs에는 2.9시간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 배 정도, 그렇다 해도 오래 걸릴 게임은 아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맛의 달인 원작을 충분히 잘 살린 게임이긴 하다. 원작 자체가 어떤 요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고, 재료를 모으는 전개다 보니 어드벤쳐 게임으로 만들기 딱 좋은 내용이기도 하다. 이게 만약 패미컴이 아니라 NES였다면 지로가 부엌칼을 들고 브로일러 닭이나 양식장 물고기와 싸우는 2D 플랫포머가 되었겠지?

노스탈지아 없이 이 게임을 요즘 한다면? 맛의 달인 원작을 안다는 전제 하에 해볼 만 하다. 물론 당시에 권장소비자가격 풀프라이스로 구입한 사람이라면 이 게임의 짧은 볼륨 때문에 반다이에 분노를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만. 원작은 당연히 일본어지만 영문패치판이 있는 모양이니 일본어를 모르거나, 가나만으로 쓰여진 문서를 읽기 싫다면 그쪽을 택해도 무난할 것 같다. 한국 정발판의 인명과 일본 원판의 인명이 다른 부분들이 있으니 그 부분만 약간 주의. 게임 내 등장하는 인물들 중 일단 생각나는 대로 언급해 보자면 지로(시로), 우미하라(카이바라), 화타(타바타), 후쿠이(토미이), 강성(오카보시) 등.





덧글

  • 소시민 제이 2016/09/23 14:02 # 답글

    헐~ 처음에 밸리에 왠 만화가 게임에? 라고 생각했는데....

    게임이었군요... 맛의 달인은 슬슬 논문이 되어가는...
  • Катюша 2016/09/23 16:08 #

    11년인가 12년인가, 후쿠시마 향토요리 같은 걸 다루는 편을 마지막으로 읽었는데
    이미 그 시점에서 만화라기보다 정보전달을 우선시하는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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