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스마일즈 현실도피


デススマイルズ / Deathsmiles (2007 Arcade, 2016 PC)

흥행이 저조했던 케츠이 이후 벌레공주님을 내놓으며 모에부타들 상대로 장사하는 법을 깨달은 케이브가 전력으로 팬티를 벗어던져 만들어졌다는 횡스크롤 슈팅 게임, 데스스마일즈. 팬티를 벗어던졌다는 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캐릭터 상품으로 팬티를 팔았다. X360 이식판은 케이브 슈팅 최초의 북미 정발이기도 한데, 그 당시를 기억하는 어느 양덕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그 때 케이브가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마이너 장르인 슈팅인데, 하필 이런 페도스런 게임을 선두에 내세울 필요가 있냐고 생각했다고. 실제로도 해외리뷰를 보면 "...한 걸 무시하고 보면 잘 만든 게임"이라는 식의 서술이 많다.

헌병 "오, 잠깐 이야기좀 할까"

플레이 버전은 스팀판. 도돈파치 대부활도 그렇고, 후속작이 이미 가동중이고 콘솔이식도 완료된 상태인데 굳이 전작들 먼저 스팀에 올렸다는 건 앞으로 최대왕생이나 데스스마일즈 2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데지카의 활약에 기대한다.

조작은 360 패드 디폴트 기준으로 A, B가 각각 좌/우로 샷, 홀드로 저속이동이 가능하다. LT와 RT가 각각 좌우 오토샷에 대응되는 만큼 직관적이고, 기본 샷 버튼을 LB, RB에 매핑하거나 하는 것도 가능한 만큼 편하게 설정하면 된다. Y는 긴급회피용 봄, X는 파워업에 대응한다. 이 게임에서는 상하좌우 전방향에서 적들이 등장하고, 좌우 바쁘게 공격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는데 방향에 따라 별도 버튼으로 매핑된 덕분에 대처가 어렵지는 않다. 방향전환 버튼이 따로 존재하고 샷이 한 버튼으로 통합되어 있었다면 정신없이 좌우로 고개를 돌리다 햇갈리기 딱 좋았을 것.

통상/집중 샷과 별도로 A, B를 동시에 누르면 특정한 적을 락온해서 사역마 옵션을 사용한 공격이 가능하다. 적들도 이 세 가지 공격 중 어떤 것으로 공격하는가에 따라 상성이 존재하고, 맞는 상성의 공격으로 쓰러트리면 더 고득점 아이템을 드랍하는데 보통은 통상과 집중샷만을 쓰게 되는 것이 락온을 통한 공격은 아이템 카운터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물론 락온을 써야 쉽게 넘길 수 있는 곳도 존재하지만, 보통은 말이지. 어느 적이 어느 공격에 약한지를 파악하는 데는 약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대체로 공중에 있는 적들은 통상 샷에, 지상에 있는 적들은 집중 샷에 약한 경향이 있다.

파워업중에는 금색 왕관 아이템들이 무수히 떨어진다

파워업은 데스스마일즈의 대표적인 기믹으로, 슈팅게임에서 흔히 등장하는 파워업 아이템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적을 쓰러트리면 드랍하는 득점 아이템을 모으는 것으로 일시적인 파워업이 가능해진다. 적을 쓰러트리며 왕관이나 해골 아이템을 회수하다 보면 화면 좌하단에 카운터가 차오르고, 이 카운터가 1000에 다다르면 파워업을 임의로 발동시킬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카운터가 0이 되면 탄소거 효과와 함께 종료된다. 파워업 중에는 단순히 위력이 강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득점 아이템들이 쏟아지게 되어 스코어링에도 도움이 되지만, 파워업 도중에 얻은 아이템은 아이템 카운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부 능력자들은 파워업 상태에서 아이템이 더 많이 쏟아지는 걸 이용해 아이템을 많이 드랍시키는 적을 파워업이 끊기기 직전 타이밍에 절묘하게 쓰러트린 뒤 파워업이 풀리자마자 지금 막 쏟아진 아이템을 회수하는 것으로 거의 상시 파워업 상태를 유지시킨다고도 하지만 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선 보통의 연습량으론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스코어링에 관심이 없이 클리어만을 노리는 초보자들도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는 것이, 스코어에 익스텐드가 걸린 이상 어쩔 수 없다. 디폴트 설정에서 익스텐드는 2천만점, 4500만점에서 각각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흔히 쓰이는 포인트는 C-2 화산 스테이지. 보통은 파괴해도 별 거 없는, 화면 좌우에서 무한정 굴러나오는 바위덩어리들을 파워업 상태에서 스크롤 한계까지 버티며 파괴하면 득점 아이템을 계속 얻으며 익스텐드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스테이지에서도 C-2 화산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스코어 벌이가 가능하고, 4장에 들어가면 적의 수도 많고 그만큼 카운터도 빨리 차오르는 만큼 하다 보면 여길 돌파하는 과정에서 2번째 익스텐드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지는 총 7개 + EX 구성으로, 처음 6개의 스테이지는 순서를 임의로 선택이 가능하다. 처음 시작하면 A-1 항구, B-1 삼림, C-1 호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그 뒤는 A-2 묘지, B-2 늪지, C-2 화산 중 하나를 선택한 뒤 다시 되돌아오는 식. 즉 A-1에서 B-2로 바로 이동하는 건 가능하지만 C-1로는 바로 갈 수 없다.

노비스 모드 같은 건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각 스테이지에 들어가기 전에 난이도 선택이 가능하다. 레벨 1이 가장 쉽고, 레벨 3이 가장 어려운데 아케이드 모드에서는 레벨 1과 2는 각각 2회밖에 선택할 수 없지만 노멀모드에서는 제한 없이 레벨을 선택할 수 있다. 6개의 스테이지를 원하는 순서와 랭크로 클리어하면 EX스테이지와 최종장이 해금되는데, EX인 협곡은 그 자체로도 어렵지만 여길 깨고 오면 최종장도 덩달아 랭크가 확 올라가버리니 자기 능력에 따라 선택하자. 메가블랙레이블 모드에서는 EX가 2개로 늘어나고, 레벨 999가 추가된다. At your own risk.

그러면 전부 랭크 1로 하면 안전하지 않느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런데, 전부 랭크 1로 클리어하면 쉽게 넘어가는 대가로 회복 아이템이나 봄이 일체 드랍되지 않는다. 회복 아이템이나 봄의 등장조건은 말로 풀어서 설명하긴 좀 까다로우니 데스스마일즈 위키에 등재된 테이블을 베껴넣어본다.
마지막의 大라이프는 도중에 어떤 랭크로 플레이했던지간에 상관없이 등장시킬 수 있는데, 지르바 보스전에서 봄을 사용하지 않고 격파해야 한다. 이후 지르바가 잡아먹히는 연출 도중에 등장해 가만히 놔두면 화면 밖으로 사라져 버리니 주의하자. 파워업을 사용하거나, 지르바전에 미스를 내는 건 상관없다.

이 랭크선택 시스템은 정말 탁월하다. 초보자들에게는 일단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레벨1 선택지를 주고, 아케이드 모드에 도전할 경우 어느 스테이지를 어느 순서로, 어느 레벨로 클리어할지를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적절히 랭크를 올리면 그 보상으로 아이템 획득이 가능해지는 만큼 무리해서 전부 레벨3을 고르거나 하지 않는 한 난이도 곡선도 그리 가파르지는 않다. 초보자가 전부 레벨 1로 간신히 첫 6스테이지를 돌파한 뒤에 고성에 다다르면 난이도 상승이 느껴지겠지만 그거야 최종 스테이지니까 그런 거고.

우주공간에서 호흡? 고스로리라면 기본이죠
좌부터 우로 사큐라, 캐스퍼, 윈디아, 폴레트, 로자

사용 가능한 기체는 총 4종. 메가블랙레이블 모드에서는 사큐라가 추가된다. 아무리 봐도 철컹철컹한 분위기, 거기에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 나이까지 표시해 주는 건 노렸다고밖에 할 수 없겠지. 기본적으로는 취향대로 골라도 무방하지만, 통상 샷의 위력을 중시한다면 윈디아, 집중 샷의 위력을 중시한다면 로자가 흔히 추천된다. 캐스퍼와 폴레트는 접근전을 벌여야 제 위력이 나오고, 사큐라는 사역마가 2마리기 때문에 총합 위력은 강하지만 대신 컨트롤에 까다로운 면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일단 윈디아가 메인 주인공인 것 같고, 처음 시작하기에는 로자가 제일 무난하지 않을까.

사큐라는 통상모드에서는 B-2 늪지 스테이지의 보스지만 덕후들의 요청으로 MBL 모드에서 플레이어 기체로 편입된 듯 한데, 노멀모드에서도 일단 스토리상으로는 싸우고 나서 주인공들과 협력하게 되는 만큼 그 자체는 어색하지 않지만 그럼 사큐라로 B-2 늪지에 가면?


다른 주인공들이 등에 달린 날개로 나는 데 비해 사큐라는 디자인도 노골적으로 뾰족모자를 쓴 마녀에 빗자루를 타고 나는데다 금발이기까지 하다 보니 키리사메 마리사와도 비교된 모양이다. 음- 사큐라만 놓고 보면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게임 전체적으로 보면 게임성 자체가 판이하게 다른 동방프로젝트보다는 코튼: 판타스틱 나이트 드림즈에 대한 오마쥬로 보이는 요소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


그 외에도 늪지나 화산 스테이지에서 두 게임이 분위기가 닮은 곳이 있고, 전체적으로 좌에서 우로 이동하는 횡스크롤이지만 때로 위아래로 스크롤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점, 자기(自機)로부터 살짝 떨어져 자기의 움직임에 반응하면서도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옵션의 존재, 횡스크롤이지만 지형지물에 닿아도 피탄이 없다는 점 등 공통점들이 눈에 띄는데,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무슨 의혹을 던지려고 한다던가 하는 의도는 아니니 오해말기를. 아케이드 기준으로 코튼이 16년 선배인데 리스펙트가 들어갈 수도 있는 거지. 스크린샷 찍을 겸 같이 해 보니 그 사이 게임의 진화가 느껴진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이야기가 아니라,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사방에서 적이 등장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적이 어디서 나오든 우측으로밖에 샷을 쏠 수 없는 코튼과 달리 데스스마일즈에서는 좌우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고, 또 적이 어느 방향에서 등장할 것인지 미리 경고 메시지가 뜨는 덕분에 적의 등장패턴을 완전히 암기하지 못했더라도 어느 정도는 대처가 가능하다. 코튼과 달리 대지공격은 따로 없지만 그 대신 화면 아래쪽으로 이동해 정면에서 쏘거나 락온 공격으로 대처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코튼은 지면으로 폭탄을 떨굴 수 있지만 그 대신 샷과 폭탄용의 버튼 2개를 연사로 맞춰놓고 동시에 누른 상태로 진행해야 하는 어색한 면이 있던 게 사실이고, 그렇다고 지면의 적을 샷으로 처리하기 위해 정면으로 마주보면 그 적의 사선에 들어가버리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정면을 노리다 사선에 들어가는 건 데스스마일즈도 마찬가지지만, 탄의 수가 많은 대신 탄속이 느린 게임 특성상 치고 빠지는 밸런스가 더 안정적이다. 코튼도 코튼 나름대로 수작이라고 생각하지만 데스스마일즈는 그 진화형이라 부르기 손색이 없다.



각 스테이지마다 색감이 다르고 전부 개성적이며, 보스 디자인들도 인상적이고, 음악도 전체적으로 훌륭하다. A-1 항구나 4장 고성의 BGM은 특히 훌륭한 편. 하지만 음악에 대해 한 가지 불만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다른 음악은 전부 오리지널BGM인데 최종보스전에서 울려퍼지는 건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이다. 제목만 들어서는 모르는 사람도 검색해서 들어보면 3초만에 아, 이거! 라고 알 만한, 정말 여기저기에 쓰인 호러 클리셰의 상징적인 곡이다. 덕분에 막판까지 가서 딱 김이 새버리는데... 물론 곡이야 명곡이지, 그게 너무 널리 쓰여 전혀 신선하지 않다는 게 문제. 그리고 토카타와 푸가 D단조는 게임에 사용된 나머지 BGM들과 분위기나 톤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사소한 문제.

난 데스스마일즈는 분명 잘 만든 게임이고, 횡스크롤로도 탄막슈팅을 만들고자 하면 얼마든지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난 이 게임을 도저히 이 이상 파고들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다. 딱 한 가지 단점 때문에.

대화 이벤트 스킵이 불가능하다

유치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이건 내게 있어서는 완전히 deal breaker다. 같은 대화 이벤트를 열번 스무번씩 강제로 보면서 스킵이 불가능하다는 건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부분이다. 대화 이벤트를 넣든 말든 그거야 만드는 사람들 마음이겠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플레이할 걸 전제로 만들어지는 STG에 대화스킵이 없다는 건 좀 치명적이지 않나? 플레이 도중에 강제로 게임이 중단되며 일시적으로 컨트롤러를 빼앗기는 듯한 기분이 들며 짜증을 유발한다.


그래도 일단 1주를 해내긴 했지만, 옵션을 건드려 잔기 5로 시작한 데이터니 노 카운트. 어지간하면 디폴트 조건으로 노멀 1CC까지는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대화 스킵이 안 되기 때문에 아예 게임 자체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게이머로서 역린 한두가지 정도는 있을 수 있는 거잖아. 이 딱 한 가지를 웬만하면 좀 참아보려고 했지만 이건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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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Ура! : 도돈파치 대부활 2016-12-22 12:41:44 #

    ... 도, 근성을 보이게 할 만큼 게임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근성을 보이는 거지.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 STG가 종종 보인다면 전부 이 게임 탓이다. 이미 데스스마일즈 질렀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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