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풀 보이프렌드: 홀리데이 스타 현실도피


はーとふる彼氏 HolidayStar / Hatoful Boyfriend: Holiday Star (2011)

하토풀 보이프렌드, 통칭 비연시의 크리스마스 스페셜판. 사실 직접적으로 크리스마스와 관계 있는 건 4개의 메인 시나리오 중 첫 번째 시나리오 뿐이긴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싸우기엔 충분하다. (응?) 게임으로서는 도중에 게임오버로 이어지는 선택지 분기가 몇 개 존재하는 정도의, 비쥬얼 노벨이라기보다는 키네틱 노벨에 가까운 형식. 메인 시나리오는 총 4개. 시간순으로 이어져 있어 순차적으로 해금되고, 4번째 시나리오까지 다 끝내고 나면 미니 에피소드 5개가 해금된다. 총 플레이시간은 넉넉잡고 약 10시간 정도.

첫 번째 시나리오는 주인공인 수렵민족 히요코와 비둘기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훔치는 괴도가 등장, 이 크리스마스 트리 연쇄도난 사건을 해결한다는 코믹한 시나리오로 시작하지만, 이건 하토풀 보이프렌드다. 전작을 BBL 루트까지 끝까지 클리어한 사람이라면 여기까지만 말해도 그 의미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후반으로 가면 분위기가 시리어스해지면서도, 전작의 BBL처럼 일관되게 어두운 전개가 아니라 유머와 시리어스의 완급이 적절히 조절되어 있어 작자의 발전이 느껴진다.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상태라면 캐릭터 소개같은 것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해도 힘들 테고, 내용상으로도 전작에 대한 네타바레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작을 먼저 하기를 권하...긴 하지만, 애초에 이걸 잡을 정도라면 원작을 플레이한 사람이겠지. 다만 본편은 플레이했지만 BBL 루트는 너무 암울해 중도하차했거나 플레이하지 않았더라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BBL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아니, 그 루트의 뒷이야기같은 전개였다면 주요 캐릭터 하나가 아예 등장할 수 없을 테니 당연하겠지만.

캐릭터별 루트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전작의 모든 캐릭터들이 하나의 시나리오에 모여서 등장하는 형식이지만, 그 안에서 각 캐릭터별 비중의 배분도 잘 이루어져 있다. 앙헬과 후지시로 나게키는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등장이 없지만 각각 2장과 3-4장에서는 주연급으로 등장하고, 나나키 카즈아키나 이와미네 슈는 전체적으로는 조연에 가깝지만 그래도 자주 등장하는 편. 굳이 스포트라이트의 비중을 이야기하자면 오코상의 등장이 적은 편이고, 시로가네 사쿠야가 어느샌가 네타 캐릭터화 되었다는 정도. 카자와 료타나 사카자키 유야 등은 꾸준히 등장한다.



오타쿠들에 대한 노골적인 풍자나 곳곳에 담긴 패러디 요소들도 재미있고, 주인공 토사카 히요코의 동굴에 사는 수렵민족이라는 설정이나 그 외 남캐들이 전부 조류라는 설정들도 단순히 겉장식이 아니라 스토리 곳곳에 유의미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원작의 각 캐릭터 루트에서는 카와라 료타 루트를 제외하면 전부 인간으로 바꿔도 위화감이 없을 만한 스토리들이었던 데 비해 홀리데이 스타에서는, 특히 3-4장에서 이들이 조류라는 걸 수 차례 환기시키며 그걸 스토리상 유효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 자세한 네타바레는 피하겠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하토풀 보이프렌드 풍으로 재해석하면 이런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토풀 보이프렌드 원작은 단순히 네타게, 혹은 바카게인 척 하다가 어느 순간 슥 본색을 드러내는 게임이었고, 이 홀리데이 스타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인데, 덕분에 약점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1시나리오만 플레이한 뒤 아, 이건 그냥 개그로 만든 외전격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서 플레이를 중단한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거란 점에서. 사실 이 게임도 중반쯤에 적당히 그만할까 고민했다. 원작을 끝까지 했기 때문에 이 게임도 후반에 뭔가 뒤통수를 치려 할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 끝까지 진행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글쎄. 

사실 1~2장까지는 개그 메인. 하지만 그 안에서는 기승전결이 딱 갖춰진 완결된 시나리오라 그 자체로 나쁘진 않다. 3장부터 본편이 시작되긴 하지만 그 3장도 페이싱에 약간 문제가 있는 것이, 3-4장이 전후편으로 연결된 시나리오다 보니 3장은 발단-전개-전개-전개, 거기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갈등 요소마저 약하다. 3-4를 하나로 묶어서 보면 문제가 없지만, 그게 전후편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는 건 3장을 끝까지 보고 4장을 시작한 뒤에야 알 수 있는 거라, 3장 도중에는 아무래도 늘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술적인 문제로, 일본어로 플레이할 때 일부 한자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꽤 자주 발생하는 문제라 설마 단순히 오탈자는 아닐테고 폰트 디스플레이 문제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위의 앙헬의 대사. ~は 앞에 뭔가가 와야 정상이다. 대부분 내용 이해에 큰 지장이 가진 않는 수준이지만, 신경쓰일 수 있으니 일본어로 플레이할 경우 유의. 사용중인 OS는 윈도우즈 10 독일어판. 이렇게 노골적으로 글자가 빠져보이는 이상 아마 일본어판 윈도우즈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문제일 테고, 한국어판 윈도우즈에서는 어떻게 보일 지 모르겠다.

여담으로, 이 게임의 원작 하토풀 보이프렌드 리뷰는 이 블로그에서 가장 트래픽이 많은 포스팅 중 하나입니다. 이글루스 월별 인기글통계에 거의 매달 꾸준히 랭크인되고 있는데, (아마도 검색유입으로) 매달 30~50회씩 찍히는 걸 볼 때마다 비둘기를 사랑하는 환경친화적인 게이머들이 많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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